
보통 페라리, 람보르기니 같은 메이저가 아닌, 그저 어딘가에서 이름을 들어본 듯한 소규모 자동차 회사들은 판매량이 그리 많지 않다. 아무래도 검증이 안돼 있기 때문에 판매량이 신통치 않다.
그러나 이탈디자인(Italdesign)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폭스바겐 골프를 비롯 숱한 명차를 빚어내기기도 한 이탈디자인의 스포츠카는 완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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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인 하이퍼카 이탈디자인 제로우노(Italdesign Zerounos)는 판매용 5대, 테스트용 2대로 총 7대가 생산됐는데, 약 5개월이 지난 지금 모든 물량의 계약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하이퍼카는 최소 160만달러(한화 약 18억원)라는 높은 금액에 출시됐다. 하지만, 이탈디자인의 명성을 알고 있는 부유한 차덕후들은 주저 않고 지갑을 열었다.
회사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번 페블비치 콩쿠르 드 엘레강스에서 빨간색 제로우노를 전시하며 신나는 파티를 열 계획이다. 파티송으로는 김연자의 '아모르파티(Amor Fati)'를 추천한다.
기자가 이런 헛소리 같은 말을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운명을 받아 들이라는 아모르 파티의 의미와 이탈디자인의 운명이 겹쳤기 때문이다.
한 때 전세계 자동차 디자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탈디자인이었다. 자동차 회사들은 너도 나도 디자인을 의뢰하며, 쥬지아로에 한 수 지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디자인을 모두 자체 해결하기 시작하면서 이 회사는 그저 과거의 영광만 가득한 회사가 됐다. 그들은 시대의 흐름을 받아 들이고 폭스바겐의 품에 안겼다.
그저 폭스바겐이라는 거대 자동차 회사의 애물단지 자회사는 아니다. 그들은 슈퍼카 시장이 성장하는 것을 보고 '제로우노'라는 걸출한 모델을 내놨다. '이탈디자인 오토모빌리 스페치알리(Italdesign Automobili Speciali)'라는 거창한 이름이 새겨진 로고도 함께 등장했다.
'제로우노(Zero Uno)'는 '01'이라는 뜻이다. 구상 단계부터 '경량화'에 중점을 뒀다. 이탈디자인 49년 역사를 담으면서도 초고성능을 낼 수 있는 경량 스포츠카를 만들 수 있을까에 촛점을 맞췄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친척 브랜드 람보르기니 '센테나리오'가 연상된다. 오랫동안 역사에 남을 명차들을 디자인한 실력은 여실히 이 차에 드러난다. 카랩이 제네바 모터쇼에서 만난 제로우노는 다른 중소 슈퍼카 생산 업체들보다 디자인 완성도, 디테일, 품질 등에서 확연히 앞선 모습이다.
차체 윗부분은 이탈리아GT카 디자인인 전통을 따르면서도 차체 아랫부분은 최대한 공기역학적 성능을 끌어올리도록 디자인했다. 뼈대는 카본과 알루미늄을 함께 사용했다. 차체 바깥 부분은 물론 실내 곳곳에도 모두 카본 패널을 적용했다.
이탈디자인은 아쉽게 선착순 5명 안으로 들지 못한 고객들을 위해 로드스터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탈디자인 관계자는 "현재 차 지붕을 잘라낼 수 있는지(즉, 로드스터 버전이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며, "잠재 고객과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로드스터 버전을 판매할 경우 흔쾌히 계약할 수 있는지 조율 중이다"라고 밝혔다.
로드스터 버전은 쿠페형과 같이 5.2리터 V10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은 610마력, 최대토크는 약 59kg.m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되며, 쿠페 기준으로 0-100km/h 가속을 3.2초만에 끝내고 최고속도는 330km/h에 이른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610마력, 최대토크 75.6kg.m다. 여기서 나오는 힘으로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3.2초, 최고시속 330km까지 도달할 수 있다.
제로우노는 전량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생산된다. 로드스터는 쿠페 가격 18억원 보다 더 비쌀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