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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스파이샷? 자동차 회사들의 위장시트 마케팅

등록일2017.08.13 10:31 조회수2685



최근 일부 자동차 회사들이 스파이샷을 직접 공개하고 있다.


엥? 말이 뭔가 이상한데? 스파이샷은 파파라치들이 찍는 것 아닌가? 맞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스파이샷은 엄밀히 말하면 파파라치가 찍은 몰카 이미지가 아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직접 찍어서 공개하는 ‘셀프 스파이샷’이다.


▲애스턴마틴 밴티지 셀프 스파이샷


▲카랩이 알프스 산맥에서 고생고생 해가며 찍은 BMW X2와 신형 3시리즈


이들이 셀프 스파이샷을 공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판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개발 중인 신차를 꽁꽁 숨겨뒀다 짠! 하고 공개하는 방법도 있지만, 어차피 등장할 게 뻔한 신차를 미리 셀프 스파이샷으로 야금야금 공개함으로써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이다.


기존 스파이샷은 이런 이미지를 전문으로 찍은 파파라치들이 생산해왔다. 자동차 회사들의 단골 테스트 장소에 잠복한다거나, 신차 개발이 이뤄지는 연구소 근처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위장막을 쓴 차가 출몰하면 고성능 카메라에 담곤 했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에는 이 자료들을 잡지책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스파이샷 촬영 직후 클릭 몇 번 만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독자가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미니 컨트리맨 셀프 스파이샷(이미지 : 미니)


여기에 스마트폰의 발달은 스파이샷을 범람하게 했다. 누구나 어디서든 원하는 때에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면서 일반인들도 스파이샷을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지금도 각종 자동차 포털 사이트에서 아주 쉽게 일반인이 찍은 스파이샷을 찾을 수 있다. 


자, 이런 상황에는 더 이상 자동차 회사들이 개발 중인 신차를 숨겨두는 게 불가능하다. 일반 도로에도 나가고, 바다 건너 다른 대륙에 가서 혹서기, 혹한기 테스트도 해야하는데 디지털 시대에 아무도 모르게 이를 추진하는 것은 바둑으로 알파고를 이기는 것보다 어렵다.


정말 비장의 무기가 아니라면 너무 숨겨두는 것보다 오히려 조금씩 공개하면서 출시될 신차에 대한 노출 빈도를 늘리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또, 자동차 회사가 직접 공개하는 스파이샷은 아주 경치 좋은 곳에서 작정하고 찍기 때문에 퀄리티도 높다. 오히려 데뷔후 공개되는 공식 이미지보다 더 멋있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X3 셀프 스파이샷의 한 장면


▲X3 공식 이미지에서 가장 역동적인 장면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리 곧 풀체인지 돼요!’, ‘조금만 있으면 신차로 나와요’를 의미하는 셀프 스파이샷 덕분에 마케팅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고, 더 나아가서 경쟁 모델로 이탈하려는 고객도 잡아 둘 수 있다. 

한편, 자동차 회사들이 신차를 가리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원래 직물로 된 위장 덮개를 두르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위장 패널을 부착했다. 둘 다 디자인에 맞게 제작해야 하고, 위장패널의 경우 접착제를 사용하거나 차체에 구멍을 뚫어 볼트로 고정하기 때문에 관련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미지 : 현대차 공식 블로그


반면, 위장시트는 잘라다 붙이면 되고, 테스트가 종료된 후에도 그냥 떼어내면 된다. 위장 패널처럼 차체를 손상시킬 걱정도 없다. 

대비 강한 불규칙적 패턴은 자동차 표면 굴곡을 효과적으로 가린다. 아주 햇빛이 강한 날에는 어느 정도 굴곡 노출이 되기도 하지만, 비가 온다거나 날씨가 흐린 날에는 그야말로 효과 만점이다. 

이런 날에는 고화질 스파이샷을 이리 저리 만져도 굴곡 확인이 쉽지 않다. 게다가 빛 반사율이 낮은 무광 필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디자인 예측이 한층 어려워 진다. 

▲BMW M8 셀프 스파이샷


스파이샷을 본 네티즌들은 "보닛이 더 내려갔는걸?", "아니야, 옆으로 넓어져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게 아닐까?"웹상에 떠돌아다니는 얼룩무늬 스파이샷을 두고서 갑론을박을 펼친다.

일부 브랜드는 '어차피 노출될 거라면 멋진 게 낫다'라는 심정으로 미적 요소를 불어넣기도 한다. 이들은 무채색이었던 위장 패턴에 일정한 색상을 집어넣거나, 수 가지 색상을 조합한 알록달록한 무늬를 보여주기도 했다.

▲BMW X2 셀프 스파이샷


▲광고까지 집어넣은 애스턴마틴 밴티지(이미지 : 애스턴 마틴)


'은폐'와 '노출'. 지금도 위장 무늬를 걸친 신차들은 공존할 수 없는 이 두 가지를 갖췄다. 보일 듯 말듯한 그 감질맛이 오히려 대중들의 관심을 더 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 애스턴마틴, BMW, 현대자동차 공식 블로그(blog.hyundai.com)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황창식 inthecar-hwang@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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