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제네바 모터쇼 현장
꼭 봐야하는 모터쇼 중 하나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꼽는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세계적 자동차 회사들의 본진이자 자동차계에서 가장 역사적인 행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당연히 여기에 투자해야 할 터.
그러나 올해 프랑크푸트트에는 무려 9개 브랜드가 불참한다. 알파로메오, 미쓰비시, DS, 닛산, 피아트, 푸조, 인피니티, 볼보, 지프 등이다. 내부 사정이 별로 좋지 않은 브랜드는 이해가 가지만, 닛산, 푸조, 볼보의 불참은 놀랍다.
▲제네바 모터쇼 현장, 프레스데이라 그나마 덜 붐빈다
그들은 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불참하는 걸까? 브랜드 입장에서 딱히 보여줄 만한 차가 없거나, 매년 3월 열리는 제네바 모터쇼에서 힘을 많이 썼기 때문에 한템포 쉬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진짜 원인은 인터넷의 발달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모든 정보를 다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IHS 마킷(Markit)의 애널리스트 이안 플래처도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자동차 정보를 찾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2017 제네바 모터쇼 페라리부스
자동차 회사가 큰 돈 들여 모터쇼 현장에 부스를 차리지 않아도, 잠재 고객들에게 자동차를 홍보할 대안 루트가 너무나 많아졌다. 소비자들 역시 인터넷으로 영상, 이미지,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모터쇼의 중요성이 조금씩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실제로 최근에는 국제 모터쇼 현장에서 실물이 처음 공개되는 모델을 보도해도, 소비자들은 이미 사전 배포된 이미지를 통해 차를 알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모터쇼에서 짠 하고 공개해서 이미지를 뿌리는 것 보다 사전에 야금야금 티저도 공개하고, 영상도 올리고, 공식이미지를 배포하는 식으로 홍보하는 게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도 효과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모델을 한 눈에 비교해가면서 볼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현장에 오는 사람보다 온라인으로 차를 보는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의 모터쇼 불참으로 이어진다.
대신, 이들은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페블 비치 콩쿠르 델레강스 등 힐클라임 등 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갖추고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행사를 찾고 있다.
▲페라리 125S와 아페르타가 함께 주행하는 힐클라임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터쇼 현장에서 어깨너머로 차를 구경하는 것보다, 굿우드의 광활한 초원에서 컨셉트카가 클래식카와 함께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훨씬 매력적이다. 해밀턴이 F1머신을 타고 굿우드 힐클라임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그냥 F1 모델을 전시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볼거리가 된다. 굿우드 행사 참가 비용이 모터쇼참가 비용의 1/3 수준인 것도 너무나 중요한 포인트.
여기에 굿우드는 인터넷까지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운영자 로드 마치(Lord March)에 따르면 "2015년 굿우드에 온 사람은 20만명인 반면, 프랑크푸르트에 온 사람은 95만 명이나 되지만, 온라인으로 굿우드 소식을 접하는 사람은 훨씬 많다"고 밝혔다. 굿우드 페스티벌의 백미인 힐클라임 주행 장면은 다운로드 된 영상을 다 합할 경우 1백만 분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블비치 현장에서 Z4 컨셉트와 함께 한 BMW디자인 수장 애드리안 반후이동크(오른쪽)
위 9개 브랜드가 불참한다고 해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모터쇼현장에는 글로벌 브랜드의 CEO가 직접 나와 차를 소개하고, 고급 정보가 오가는 인터뷰가 이뤄지는 등 자동차계 대 행사로 통한다.
다만, 유수 모터쇼들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한 때 그런 행사를 하기도 했지’ 하며 기억 속의 행사로 존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어느때보다 모터쇼의 변신이 필요한 시점.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