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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심장에 '드랍더비트!' 스팅어 시승기

등록일2017.10.11 09:51 조회수10188


[당신의 심장에 '드랍더비트!' 스팅어 시승기]


2017년 가장 ‘핫’한 차 기아 스팅어(Stinger)를 만나봤다.


올해 5월 출시한 기아 스팅어(Stinger)는 ‘고만고만한’ 차들만 가득했던 국산차 라인업에 모처럼 등장한 뜨거운 모델이다. 디자인도, 성능도, 스팅어를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상반기에 등장한 신차들 중 가장 뜨겁다.


스팅어를 겪어본 주변의 반응도 그렇다. 기존 국산차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을 잘 담아냈다며 다들 후한 점수를 줬다. 늦은 감이 없지 않았지만, 설렌 마음을 안고 스팅어를 다시 만났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3.3 터보 GT’에 뒷바퀴굴림 모델. 2리터 가솔린, 2.2리터 디젤과 함께 스팅어에 얹힌 세 가지 엔진 중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가능한 옵션이 전부 포함된 ‘GT’ 트림이다.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큰 비중을 두던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상, 과거였다면 2.0 엔진에 모든 편의장비를 담아서 구입하는 비율이 전체 판매량의 대다수를 차지했을 터다. 하지만 이번 스팅어는 기존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고매 고객이 3.3리터 모델을 선택했고, 하위 트림을 고른 소비자들 중에도 19인치 휠과 브렘보 브레이크를 넣거나, 운전자 보조 안전장비인 ‘드라이브 와이즈’를 적용하는 비율이 70%에 육박했다. 이는 럭셔리, 고성능을 지향하는 스팅어의 가치를 오롯이 즐겨보자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기아차가 가진 모든 역량이 담긴 스팅어. 스팅어가 가진 모든 장비가 적용된 ‘3.3 터보 GT’의 느낌을 공유한다. 기아차는 과연 그동안 만들어보지 않았던 ‘고성능 럭셔리 GT’를 얼마나 잘 요리했을까? 스팅어는 정말 기아차가 가진 잠재력을 한껏 끌어모았을까?


‘착한’ 몸매, ‘쎈언니’ 화장


멋지다. 촬영 중 쉬다가 멍하니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오~ 멋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길을 걷던 중 휙 지나가는 모습도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여기저기 구석구석 분석하려 들지 않아도 일단 비율과 실루엣에서 먹고 들어가기 때문일 터다.

원래 사람도 이목구비보다 팔, 다리 길고 옷발 좋아야 더 이성에게 훌륭한 첫인상을 주기 쉽지 않던가. 반대의 경우가 기자에게 해당된다. 결과가 어떤지 너무 잘 알고 있어 몹시 불쾌하다.


스팅어의 낮고 넓게 깔린 얼굴은 도로에 넙죽 엎드려 날카롭게 공기를 가를 듯하다. 짧은 오버행과 긴 보닛에선 엔진을 세로로 품은 후륜구동의 역동성이 잘 드러나며, 트렁크 끝까지 매끈하게 이어지는 지붕선은 스포츠카 같은 속도감을 더한다. 헤드램프에서 리어램프까지 한 획으로 이어지는 캐릭터라인은 실제보다 스팅어를 길어 보이게 한다.


스팅어 발표 행사장에서 처음 스팅어를 눈으로 보고 제원표를 들추다가 생각보다 작은 크기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스팅어는 길이가 4830mm, 폭이 1870mm, 높이가 1400mm, 휠베이스는 2905mm다. 기아 중형세단 K5와 비교하면 길이와 높이가 각각 25mm, 65mm 작고, 폭과 휠베이스는 10mm, 100mm가 크다.


한편, 뼈대를 공유하는 제네시스 G70과 견주면 높이를 제외한 모든 수치에서 스팅어가 더 크다. 이는 장거리 고속주행을 목표로 하는 GT와 빠릿빠릿한 운동성능을 보다 중시하는 스포츠 세단의 차이로 보인다.


K5 대비 상대적으로 스팅어의 길이가 짧음에도 낮고 넓은 자세 덕분에 더 커 보인다. 10cm나 긴 휠베이스도 당당한 자세를 만들어주는 큰 요인. 이 정도 비율이면 옆에 슈퍼카가 서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 도로에서 꿀릴 일은 자주 없겠다.




앞서 이목구비 얘기를 꺼냈지만, 스팅어의 눈, 코, 입은 하나하나 뜯어보면 절대 못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같이 디테일이 뛰어나고, 만듦새도 훌륭하다.


‘L’자 주간주행등과 LED 상하향등, 벌집모양 방향지시등을 품은 삼각 헤드램프은 첨단을 달린다. ‘호랑이 코’ 그릴과 앞범퍼 하단 입술은 구릿빛 크롬으로 치장했으며, 좌우 끝에 자리한 세로 흡기구 주위에도 검정 유광 플라스틱을 덧대고 중앙에 세로 크롬 장식으로 꼼꼼히 치장했다.


이뿐만 아니다. 앞바퀴와 앞문 사이의 공기통로 사이드 미러도 크롬의 번쩍임이 자극적이다. 정식 공개 전, ‘혹시나’ 실제로 뚫린 것 아니냐며 잠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역시나’ 막혀있었던 보닛 환기구 장식은 시각적 성능을 높이는 본분에 충실하다. 뒷범퍼 모서리에도 가짜 공기통로 장식을 달아 허세를 부렸다. 스팅어의 성능과 제조단가를 생각하면 진짜가 크게 아쉽진 않다.





지붕을 따라 지나가는 크롬선과 삼각형 C필러는 1세대 K5에서 비롯된 요소. 야심작 스팅어를 스케치하며 기아차 아니 대한민국 자동차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1세대 K5의 흔적을 물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패스트백 엉덩이를 지닌 스팅어와 빼어난 조화를 보인다.


2.0 가솔린의 ‘퍼포먼스 패키지’ 혹은 3.3 가솔린 모델에만 적용되는 19인치 휠과 붉은색 브렘보 브레이크도 스팅어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포르쉐, 페라리에 들어가는 브렘보 캘리퍼에는 ‘PORSCHE’와 ‘Ferrari’가 쓰여 있는 반면, 스팅어는 자랑스레 ‘brembo’라고 적었다.


▲19인치 Y스포크 휠과 붉은색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


‘명품을 입은 신인 배우’와 ‘월드 스타도 걸친 명품’의 차이일까. 같은 명품이라도 연예인의 후광이 아쉬운 건 월드스타보다 신인배우일 터.


리어램프도 독특하다.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이며 스팅어의 시작을 알렸던 ‘기아 GT’ 리어램프를 최대한 현실에 맞도록 양산화 시킨 모습이다. 마세라티와 닮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찌감치 ‘기아 GT’라는 근간이 있었기에 따라 했다고 보긴 어렵다. 후면 방향지시등도 앞처럼 전구가 아닌 LED로 박아줬더라면 더 젊은 느낌이었으리라.


▲스팅어의 시작을 알렸던 컨셉트카 '기아 GT'


스팅어 외모에서 느껴지는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지금까지 말한 요소 하나하나가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각자 존재감이 강해서 시선이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 짙은 눈화장과 번쩍이는 입술, 여기저기 달린 액세서리가 마치 ‘쎈언니’같다.



풍요롭고 스포티한 실내


실내로 들어가 보자. 처마처럼 대시보드 상단 전체를 감싸고도는 부분에서 ‘기아 GT’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이를 제외한 다른 부분도 어디선가 본 듯한 곳이 많지만 아쉽게도 ‘기아 GT’는 아니고 다른 독일 브랜드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이미 잘 나가는 브랜드를 닮고 싶기 마련이고, 자동차 디자인에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센터페시아 중앙 3개의 원형 송풍구와 뭉뚝한 기어노브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이미지를 지울 수 없다.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는 입장에서 이미 검증된 길을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인 것은 자명하다.


‘누굴 따라 하고, 무엇을 닮았는지'에 대한 말이 나오기 보다 '독특하게 잘 풀어냈구나'하는 반응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기아차 디자이너들도 이런 얘기가 나올 것을 당연히 예상했을 터다.



근복적인 문제는 독창성이다. ‘KIA’가 아닌 독자 엠블럼을 붙인 이상 그 중요도는 높아진다.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차를 구입하는 것은 상품 자체보다는 브랜드를 사는 행위로 봐야 한다. 


브랜드 이미지는 오랜 역사, 모터스포츠 업적, 마케팅 역량 등 많은 요소가 모여 축적되는데, 독창성도 이 중 하나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는 충분히 잘 했으니, 이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보는 것은 어떨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팅어의 실내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전체적으로 고급 GT에 어울리는 풍요로우면서 적당히 스포티한 느낌을 잘 살렸다.




손닿는 곳, 눈가는 곳은 대부분 푹신한 마감재로 감쌌고, 느낌이 다른 금속까지 적절히 섞어 승객에게 고급차에 타고 있음을 알린다. 센터페시아 중앙 원형 송풍구는 부드럽게 움직이고, 각종 다이얼과 버튼은 전체적으로 절도감보다 촉촉함을 강조했다.


다른 버튼들은 그렇다 쳐도, 운전대 뒤 시프트 패들까지 조작감이 마냥 부드러운 건 불만이다. 적어도 차량 운행과 관련된 중요 조작부는 보다 기계 다루는 느낌을 살려 ‘딸깍’ 움직였으면 싶다. ‘철컹’ 움직이던 마세라티의 시프트 패들이 그리워지는 이유다.


운전자를 향해 살짝 꺾인 센터페시아와 높은 센터터널은 조수석과 확실히 분리된 느낌을 준다. 요즘 좀 달린다는 모델치고 D컷 운전대가 안 들어간 차가 없는데, 스팅어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림 두께가 조금 더 두꺼웠다면 감아쥐는 맛이 보다 좋았겠다.




HUD(헤드업 디스플레이)와 계기반, 센터페시아 상단 8인치 터치스크린은 모두 뛰어난 시인성과 세련된 그래픽으로 정보를 잘 뿌려준다. 웬만한 수입차 부럽지 않다. 깔끔하고 예쁜 한글폰트 역시 수입차는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부분.


내비게이션은 당장 불편함 없이 쓸 수 있어, 있으나 마나 한 수입차 내비게이션보다 500배는 훌륭하다. 단, 길 알려주는 아가씨는 문장이 길어지면 너무 인공지능 티가 심하게 난다. 아직 말을 더 배워야겠다.


기어노브 앞에 나란히 모인 각종 단자와 그 옆에 마련된 휴대전화 무선충전 공간을 보면 국내 소비자들이 이곳을 주로 어떻게 쓰는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일부 전륜구동 수입차보다 넓은 센터콘솔 넓이에서도 스팅어가 기아차 출신임을 알 수 있다.


▲터치감 좋은 8인치 모니터는 앞으로 크기만 좀 더 키우자


▲직관적이고 보기에도 멋진 열선, 통풍시트 스위치


후진기어를 넣으면 오디오 볼륨을 줄여주고, 기어레버를 주차 위치로 두면 다리공간에 조명이 켜지는 세심함은 사소하지만 대접받는 기분을 준다. 반면, 이 정도 돈을 주고도 2열 유리는 원터치로 오르내릴 수 없어 대접을 받다 만 듯하다.


매끄럽게 떨어지는 날렵한 지붕선이 스팅어의 자랑이었다면 그로 인해 손해 본 2열 머리공간은 흠이다. 등받이에 몸을 붙이고 똑바로 앉았을 때, 키 173cm의 기자는 정수리가 천장에 가까스로 닿지 않았다.


하지만 175cm를 넘어 180cm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엉덩이를 좀 앞으로 빼야겠다. 뒷자리 공간과 멋진 외모, 둘 중 ‘뭣이 중헌지’는 각자 선택할 몫이다. 전체적으로 비슷한 체형의 독일산 경쟁모델보다는 낫다.





패스트백 엉덩이는 해치를 열면 트렁크 전체를 시원하게 공개한다. 활짝 열린 해치 아래로 사각 공간이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에, 동굴같이 깊숙한 트렁크 안으로 짐을 ‘넣을’ 필요가 없다. 넣기보다 그저 놓으면 그만.


게다가 2열 시트 등받이까지 접으면 보다 길어진 공간이 생겨 자전거도 눕혀 실을 수 있겠다. 이때 트렁크 용량은 1,114리터. 수치의 크고 작음을 떠나, 해치백의 활용성과 쿠페의 멋이 반반씩 하나로 합쳐진 패스트백답다.




스팅어링 (스팅어 같은 스티어링)


기아차는 스팅어를 홍보할 때 서킷을 적극 활용했다. 발표 당시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담금질했음을 내세웠고,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체험행사를 열어 달리기 실력을 뽐냈다.


‘달리고, 돌고, 서는’ 자동차의 본질을 극한으로 끄집어내는 서킷에선 차도 사람도 밑천을 드러내기 십상. 단순히 높은 출력이나 각종 편의장비를 내세우고 싶었다면, 서킷 대신 일반도로를 택했을지 모르겠다. 


▲올 3월 서울모터쇼에서 스팅어 공개 모습


스팅어와 서킷 얘기를 하자니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일찍이 BMW M에서 고성능차 개발을 총괄하던 인물이다. 스포츠카라면 신물 나게 몰아봤을 그가 현대기아차로 넘어와 스팅어에 ‘독침’을 달아준 장본인이 됐다. 스팅어의 독침은 얼마나 따끔했을까?


시승차를 받고 실내에 들어서자 낮게 깔린 시트포지션이 마음에 든다. 근래 몰았던 국산차 중 이렇게 엉덩이가 바닥으로 착 내려앉은 모델이 있었는지 언 듯 떠오르지 않는다. 두툼하게 솟은 좌우 지지대(사이드 볼스터)는 버튼을 통해 옆구리에 딱 맞출 수 있고, 요추받침도 장거리 주행 중 허리를 편안하게 떠받든다. 편안하면서 스포티해 다분히 GT 다운 시트다.




힘은 충분하다. 370마력, 52kgm를 발휘하는 3.3리터 가솔린 V6 트윈터보 엔진은 1,785kg의 스팅어를 시원~하게 몰아붙이기 충분하다. 터보렉이 크지 않아 답답함 없이 앞 차를 추월할 수 있으며, 고속도로에서도 경박스러운 RPM 널뛰기 없이 여유롭게 가속할 수 있다.


설사 가속페달을 깊이 밟아 엔진회전계 바늘이 촐랑거릴지라도, 소리는 진중하다. 스피커를 통해 가상의 배기음을 구현하는 ‘액티브 엔진 사운드’가 청각적 성능을 높인다. 특히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트’에 설정하면 8기통 대배기량쯤 되는 호방한 소리를 들려준다. 이 소리가 실제 등을 떠미는 가속 느낌과 괴리감이 크지 않아 더 재밌다.


남자들의 대단한 착각 중 하나가 자기 차의 우렁찬 엔진 소리, 배기음을 여자들이 좋아하리란 생각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튀고 허세 부리는 것 안 좋아하더라.




스팅어의 액티브 엔진 사운드는 전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고, 크기까지 조절할 수 있으니 여친 눈살 찌푸리게 할 일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겠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밖에서 듣는 소리가 K시리즈 세단들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은 심하지 않았나?


시승에 참여한 기자들은 현대 파워텍이 만든 자동 8단 변속기에 대해 '국산차 변속기 치고 꽤 괜찮다'는 느낌과 ‘아쉽다’ 수준이라는 두 가지 의견으로 갈렸다. 


BMW를 비롯해 여러 프리미엄 모델에 쓰이고 있는 ZF 8단 자동변속기와 비교하면, 자동모드에서 원하는 기어를 빠릿빠릿 찾아들어가는 속도가 조금 둔하고 동력의 직결감도 꽉 물려있는 느낌이 덜하다. 드리프트를 염두에 둔 모델인 만큼, 스포츠 모드에서는 RPM 바늘이 레드존을 찔러도 윗단으로 바통을 넘기지 않는다.




기어노브에 따로 수동모드(M)를 마련하지 않은 점은 정말 아쉽다. 기능상의 이유를 떠나, 기어노브를 수동모드에 밀어 넣는 행위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 차를 내 의지대로 다뤄보겠다’는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하니 말이다.


스팅어의 운동성능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하체다. 세단치고 짧은 스트로크(상하 움직임의 폭) 안에서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잘 버무렸다. 노면과 엉덩이 사이에 많은 뭔가 과정을 거치고, 그 과정이 상황에 따라 다른 적절히 다른 결과를 보여 내가 ‘비싼 차’에 타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급격한 하중이동에도 좌우 롤이 크지 않고, 일부러 꼬리를 날리지 않는 한 타이어는 노면에 끈끈히 붙어있다. 과속방지턱을 타고 내려올 땐, 일말의 낭창거림을 남겨 승차감도 포기하지 않았다. 딱 GT에 어울리는 설정이다.



날이 선 스티어링 감각도 일품이다. 운전대를 조금만 까딱여도 즉각 반응하는 예민한 감각이 국산차라고 하기 낯설 정도. 마치 후륜구동 BMW를 몰 때처럼 산뜻하게 머리를 요리조리 틀 수 있어 소위 ‘칼질’하는 맛이 난다. 기아차는 앞으로 스팅어 같은 스티어링을 가리켜 ‘스팅어링’으로 불러도 되겠다.


고속주행 안정감도 발군이다. 독일차에서 느꼈던 타이어를 노면에 꾹꾹 눌러가며 달리는 감각과 비슷하다. 고속주행 감각이야말로 단순히 제원표상 수치를 높여서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단단한 차체 강성과, 하체 조율, 공기역학까지 다방면의 노하우가 쌓였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훈장이다. 그동안 기아차가 쌓아온 기술과 잠재력에 서두에 언급했던 알버트 비어만의 노하우가 하나로 합쳐진 결과가 아닐까.


다만 ISG 작동감각은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신호 대기 중 투박하게 걸리는 시동은 고급차에 어울리지 않는다.


▲300까지 쓰여 있는 속도계, 두꺼운 눈금 사이 간격이 100부터는 20km/h 단위, 180부터는 30km/h 단위로 바뀐다



다시 가슴 뛰게 할 차


스팅어의 가격은 2.0 가솔린이 3,500만 원, 2.2 디젤이 3,720, 3.3 가솔린이 4,460만 원에서 시작한다. 최상위 3.3 GT 트림을 고르면 4,880만 원까지 오르고, 여기에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브 와이즈’까지 더하면 5,000만 원이 넘는다.


국내 시장에서 찻값이 5,000만 원을 넘기 시작하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슬슬 꽤 이름 있는 실력파 수입차들이 사정권에 들어오고, 이성보다 감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코끝에 달린 엠블럼의 후광이 보다 밝아지기 시작한다. 기아차가 스팅어에 아무리 독자 엠블럼을 달아도 당장은 어쩔 수 없는 부분.



과거라면 부족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풍부한 편의장비로만 메꾸려 들었겠지만 스팅어는 다르다. 편의장비뿐만 아니라 주행성능까지 얼추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다. 특정 수입 브랜드를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다면, 상품성만으론 스팅어를 선택해도 크게 손해 볼 게 없다. 기아차가 스팅어의 독자 엠블럼에 보다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최근 제네시스 G70의 등장으로 스팅어의 인기가 얼마나 타격을 받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비록 스팅어와 G70가 비록 뼈대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긴 하지만 둘은 엄연히 지향점이 다르다. 스팅어는 GT, G70은 스포츠세단으로 만들어졌다. 스팅어는 GT로서 갖춰야할 덕목을 훌륭히 담아냈고, G70과 다른 스팅어만의 매력으로 존재감을 자랑하리라 기대한다.



스팅어가 노렸던 목표 소비자는 ‘드리밍 옴므(Dreaming Homme)’다. 성공한 30-40대 전문직 남성들을 향해 당신은 ‘원래 가슴 뛰던 사람’이었다고 호소했다. 시승을 통해 느낀 스팅어는 ‘다시 가슴 뛰게 할 차’로서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글 이광환 carguy@carlab.co.kr

사진: 신동빈, 이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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