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추석 시작한 <오빠차> 시리즈는 이번 6탄 부터 '추억 속의 차'를 다룹니다. '오빠차'는 오븐에 빠진 차가 아니라 ' 오! 온가족이 빠져드는 자동차 이야기' 를 뜻합니다.
[<오빠차 6> 불멸의 학원차! 쌍용 ‘이스타나’]
▲쌍용 ‘이스타나(Istana)’
어릴 적 매일 나를 데리러 왔던 학원차는 엔진음이 일품이었다. 나는 멀리서 들려오는 엔진음을 듣고도 우리 학원차임을 직감했다.
어린 내 눈에 비친 이스타나는 알쏭달쏭 한 차였다. 특이한 엔진음도 그렇거니와 어떤 차에는 쌍용 로고, 저 차에는 대우 로고, 간혹 메르세데스-벤츠 로고도 붙어 있었다. 쌍용인지 벤츠인지 아리송한 이스타나였다.
▲‘MB100’ (이미지 : 나무위키)
▲해외에서는 벤츠 로고를 단 이스타나를 간혹 볼 수 있다 (이미지 : 나무위키)
1999년부터는 다시 벤츠로 역수출하면서, 해외에서는 벤츠 로고를 단 이스타나를 간혹 볼 수 있다. 내가 본 이스타나 벤츠 로고는 소유주가 가져다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 대우차 로고는 왜 붙어있는 걸까? 이유는 1998년 쌍용차가 대우차에 인수됐을 당시, 대우 로고를 잠시 붙이고 나왔던 탓이다. 이제 로고의 비밀이 풀렸다.
▲1998년 쌍용차가 대우차에 인수됐을 당시, 대우 로고를 잠시 붙이고 나왔다
이스타나를 논할 때 엔진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이스타나의 ‘부에에엥’ 거리는 엔진음은 지금 들어도 특이하지만, 나쁘지 않다. 오히려 너무 독특해서 기억에 남는다.
이스타나의 심장으로는 ‘OM-662’라는 직렬 5기통 자연흡기 디젤 엔진이 얹혔다. 이 엔진 출력은 95마력으로 다소 약하지만, 어지간한 불량 연료는 그대로 집어삼킬 만큼 내구성이 좋고, 배기가스도 적다.
변속 타이밍을 놓치거나, 클러치 밟는 시기가 어긋나면 ‘웽웽웽’하는 말타기 현상이 빈번히 나타난다. 그렇다고 차에 탄 사람까지 말을 타지는 않았다. 기자는 학원차 기사님의 조금 서툰 운전 실력이 뿜어내는 그 소리를 참 좋아했다.
이스타나는 MB100 시절부터 이어온 원통형 프레임 덕분에 충돌 안전성 굉장히 우수했다. 때문에 미니밴으로써는 이례적으로 광고에 충돌테스트 장면을 삽입하기도 했다.
▲당시 이스타나 지면 광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툭 튀어나온 엔진룸 (이미지 : 내사랑 중고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