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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최민식이 사랑할 때 '침묵'

등록일2017.10.30 08:52 조회수1968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광기에 뒤틀린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기 때문일까요. 최민식의 필모그래피에 로맨스 연기는 놀랄 정도로 드뭅니다. 그나마 가장 근접한 '파이란'마저도 사랑의 전조에 그칩니다.

그런데 신작인 범죄 드라마 '침묵'에서는 사랑에 빠진 남자, 임태산을 연기했습니다. 축제를 뜻하는 '라 페트' 호를 타고 인생의 가장 황홀한 순간을 맞이합니다. 그것만으로도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작품입니다.

'침묵'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중 '임태산'(최민식)은 재력과 권력, 사랑까지 손에 넣은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 약혼녀이자 유명 가수인 '유나'(이하늬)가 살해당합니다. 용의자로 딸인 '미라'(이수경)가 지목되자, 태산은 딸을 무죄방면하기 위해 고심합니다. 무명이지만 미라의 결백을 믿는 개인 변호사 '희정'(박신혜)을 고용하기도 합니다.

한편, 유나의 사생팬 '동명'(류준열)이 사건의 유력한 증거인 현장 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인물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영상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 동안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침묵'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장르가 최민식'이라는 정지우 감독의 말만큼, 최민식의 연기 변신과 열연이 두드러진 범죄 드라마입니다. 최민식·이수경·이하늬의 삼각 케미가 일견 비현실적인 스토리에 구심점으로 작용합니다. 영화 초반만 보면 태산은 전작인 '특별시민'의 독불장군인 변종구와 유사해 보입니다. 그러나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최민식의 필모그래피에서 오랫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법정 드라마답게 빠른 페이스의 스토리가 펼쳐지고, 박신혜·박해준·이하늬·류준열 등 친숙한 주·조연들이 가세해 보는 맛을 더합니다.

'침묵'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만 편집과 스토리의 완결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극적인 결말을 위해 연막을 친 편집이 미완성의 캐릭터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류준열이 연기한 동명은 유나의 사생팬이라는 설정이 무색할 정도로 그녀의 죽음에 감흥이 없습니다. 변호사 역의 박신혜는 법조인의 커리어를 산산조각낼 비현실적인 변론행위를 강행합니다. 스토리 전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조한철은 역할이 불분명할 정도로 편집 당한 느낌입니다. 엔딩 부분은 오히려 군살 제거가 필요해 보이기도 합니다.

'침묵'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기 면에서는 이수경의 호소력 짙은 연기가 두드러졌습니다. '용순'에서 보여준 모났지만 당찬 소녀 용순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은 연기파 배우입니다. 반항기 가득한 청소년 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전작들과 차별점이 뚜렷하면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무엇보다 미라가 여러 번에 걸쳐 겪는 내면의 변화를 튀지 않게 전달해냈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통통영상에서 확인하시죠.

'침묵'의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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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10/29 09:2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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