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이 오면 결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각종 시상식이 열리고 매년 넋 놓고 주목한다. 꼭 순위가 궁금하다기보다 그냥 한 해를 돌아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뿐이랴.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 해를 정리한다. 자동차라면
이곳저곳에서 뽑는 ‘올해의 차’가 비슷한 의미로 다가온다. 잘 팔린 차, 시장에 영향을 미친 차 등을 다시 보며 한 해를 마감한다.
한 해 자동차를 정리할 때 보통 신차를 다룬다. 그해 출시해 신선도도 높고 주목받은 차니까. 실제로 활발히 팔고 팔린 차들이기도 하다. 신차만 많이 팔렸을까?
신차라는 휘황찬란한 무대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중고차 시장이라는 또 다른 리그가 펼쳐진다.
신차라는 화려한 스타는 없지만 신차 못지않게 이성과 감성이 다투는 격전장으로 한 해를 보냈다. 어쩌면 이쪽 결산이 더 흥미진진할지 모른다. 신차라는 한정된 수가 아닌 도로의 모든 차가 대상이니까.
흥미로운 자료가 공개됐다.
허위매물을 필터링해 실제 매물만 취급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핀카가 하반기 판매 결과를 발표했다. 보통 중고차 사이트에선 등록 대수를 공개한다. 등록 대수만으론 시장을 파악하기 힘들다. 허수라는 안개를 걷어낼
도리가 없다. 판매 대수는 다르다. 실제 거래가 성사된 결과기에
한 해 동안 어떤 차를 원하고 실제 구매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핀카가 공개한 자료는 6월 30일부터 12월 20일 판매 차량 기준으로 작성됐다. 총 판매 대수는 25,185대. 전체 시장을 다 보여주진 못해도 표본으로서 가치가 있다. 원래 통계는 표본을 중심으로 결과를 도출하니까. 평균 판매 가격은 1,458만 원으로 나타났다. 평균 주행거리는 94,461km를 기록했다. 두 가지 결과를 놓고 보면 기본 표본의 성격을 알 수 있다. 평균 가격이 높지 않다. 주행거리가 긴 편이다. 즉, 실생활에서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차종 위주로 거래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중고차를 살까 고민하는 사람의 평균 범위의 결과랄까.
▲ 1, 2위 그랜저 HG
이런 조건에서 가장 잘 팔린 모델은 현대 그랜저 HG240로 나타났다. 총 314대 팔렸다. 자료를
보기 전에는 아반떼를 떠올렸는데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평균 가격과 주행거리를 다시 고려하면 역시 답은
그랜저였다. 잘 팔린 모델 2위도 그랜저다. HG300 트림이 280대 팔렸다.
확실히 그랜저는 예전과 다르게 대중화됐다. 고급스런 대형세단에서 준수한 대형세단으로 보편화됐다. 그러면서 예전 이름값도 남아 있어 선택을 이끌었다. 올해 신형 그랜저가
출시돼 신차 시장을 이끌었다. 중고차 시장 역시 구형 그랜저가 이끈 셈이다.
▲ 3위 SM5
3위는 르노삼성 SM5 LE가 차지했다. 264대
팔렸다. 중형세단으로 쏘나타가 아닌 SM5가 더 팔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전체 트림을 모두 합하면 순위가 바뀔 수 있겠지만,
단일 트림으론 SM5 LE가 더 많이 선택받았다. 4위는
쉐보레 스파크 LT가 올랐다. 모닝 중 가장 잘 팔린 트림보다
딱 20대 더 팔렸다. 5위는 현대 아반떼 1.6 VVT S16이 차지했다. 6위는 다시 현대 그랜저 Q270 럭셔리에게 돌아갔다. 그랜저는 중고차 시장에서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 7위 모닝
7위까지 와야 기아 모닝 럭셔리가 보였다. 8위는 현대 에쿠스 VS380이 차지했다. 모닝이 적게 거래된 걸까, 에쿠스가 많이 거래된 걸까? 7, 8위 차량 크기 차이가 흥미로웠다. 9위, 10위에는 기아 스포티지 디젤 2WD TLX와 기아 쏘렌토 디젤 2.0 2WD가 올랐다. RV 차량은 역시 기아가 강세였다. SUV 선호도가 높은 현 상황에서
세단보다 판매 대수가 적다는 점은 특이하지만, 그랜저 점유율을 빼면 납득할 만한 순위다.
▲ 하반기 결산 연료별 비율 (자료출처 : 핀카)
연료별로는 가솔린이 53.6%, 디젤이
37.9% 비율로 팔렸다. 수입 자동차 시장과는 달리 국산차가 주로 거래되는 만큼 가솔린
엔진 비율이 높았다. 남은 비율은 LPG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차 순으로 나눠 차지했다. 미약한 비율이지만, 전기차가 중고차 시장에 나왔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전기차 보조금이
점점 주는 추세다. 중고 전기차가 전기차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중고 전기차도 늘어날 테니 더욱.
▲ 하반기 결산 인기색상 TOP5 (자료출처 : 핀카)
가장 많이 팔린 색상은 뭘까? 색상별 비율도 공개했다. 예상하는 대로 무채색이 거의 점령했다. 81.7%나 된다. 그 중에서 흰색이 28.6%로 가장 많이 팔렸다. 다음으로는 검은색이 25.0%를 차지했다. 은색과 쥐색은 각각 19.0%, 9.2%를 나타냈다. 흥미로운 점은 청색 비율이다. 3.09%로 여섯 번째로 많이 팔렸다. 빨간색은 1.58%로 그 다음을 이었다. 은회색과 은색투톤보다 청색과 빨간색이 많이 팔린 걸 보면 중고차라서 조금 더 용기 낸 걸까?
▲ 현대 그랜저 HG
핀카가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해본다.
올해 가장 잘 팔린 중고차를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흰색, 현대 그랜저 HG240다.
중고차 시장의 올해의 차로 꼽을 만하다.
글 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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