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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된 빌라로 이사왔다. 총체적 난국이다.

등록일2018.03.02 14:36 조회수45976

이사하기로 결정된 빌라를 처음 돌아 본 그 날, 총체적 난국이란 말은 이럴 때 쓰이는구나 싶었다.


건설된 지 15년, 실평수 16평, 수납력 0점, 개방감 -100점.


불필요한 벽에 가로 막혀 공간마다 협소하기 짝이 없고, 온통 목재에 둘러 싸여 안 그래도 좁은 곳 더 비좁았다.가져가야 할 옷가지와 짐은 넘쳐 흐르는 상황. 하지만 이 총체적 난국인 빌라를 바꾸지 않는 한 수납은 커녕 사람 몸조차 누일 곳 하나 없을 게 뻔했다.


수납도 수납이지만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이제 막 꿈꾸기 시작한 작은 아이의 공간이 절실했다. 한 해마다 쑥쑥 자라는 아이의 키와 꿈을 감당하기엔 빌라는 너무도 좁고 너무도 딱딱하고 너무도 답답했다.


아이의 컬러풀한 꿈을 위해, 그만큼 커질 미래를 위해 부모는 기꺼이 공간과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아이의 눈에 화사하고 아름다운 세상만 담기도록, 아이의 손에 재미있고 즐거운 놀거리만 잡히도록, 달려 있던 문을 없애고 방 하나에 옷가지를 몽땅 넣어 아이의 성장에 방해되는 모든 것을 다 치워 버렸다.


귀여운 꿈을 지켜 주기 위해 모든 방문이 활짝 열린 집.  총체적 난국의 빌라가 앙증맞은 가족의 사랑터가 됐다. 부모의 고민과 배려 끝에 새 단장한 빌라 속에 번진, 컬러로 가득 찬 아이의 꿈을 살짝 들여다 보자.



'난잡'이란 단어가 딱 어울리던 현관이었다. 두꺼운 벽에 둘러 싸여 좁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묵직한 목재 중문까지 가로 막고 서 있어 답답했다. 들어 오는 발걸음도 돌리게 하는 숨막힌 공간에 숨통을 트이고 활력을 불어넣어 줄 마법이 필요했다. 


거실과의 분리대였던 커다란 벽을 없애는 걸로 시작. IKEA에서 우드 합판을 사고, 아쿠아 유리도 골랐다. 미닫이 거울 도어와 철제 프레임을 합쳐 조립한 튼튼한 행잉타입 신발장을 벽체 대신 파티션으로 세워 두니 이게 바로 마법이 아니면 뭔가 싶다. 


유리 특유의 청량한 개방감이 신발 너머까지 확대되어 답답하고 숨막혀 들어오기도 싫었던 현관 구역이 한 번 발 딛으면 들어오지 않고는 못 버틸 정도로 매력과 재치가 가득한 흥미로운 출입처로 변신했다.


들어서서 둘러 본 공간마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자세히 보니, 모든 공간의 입구가 다 열려 있다. 평소 같으면 문이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 있고, 달려있는 문조차 활짝 가슴을 열어젖힐 준비가 됐다. 


아이가 곳곳에 깃든 감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의 단절과 분할을 상징하던 방문을 없애 집 전체를 한 몸처럼 연결한 부모의 결단력에 박수를.

집 전체를 하나로 이은 연결고리는 또 있다. 거칠고 굵은 입자의 질감이 고스란히 나타난 콘크리트다. 바닥 어디 한 곳 분할선 없이 매끄럽게 이어 내어 16평의 좁은 바닥이 대지처럼 넓어 보이도록 했다. 욕실과 주방의 벽체에도 그 특유의 입자를 볼 수 있다. 가공되지 않은 태초의 질감이 제대로 표현되어 있어 자연스럽고 빈티지스러운 감성이 저절로 피어난다. 


벽체와 바닥에 발린 콘크리트의 명칭은 '익스콘하드' 

벽체와 바닥재가 어떤 것이든 요철 없이 뒤덮어 주는 데다 가공이 쉬워 특유의 감성을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어 빈티지함을 나타내고자 할 때 그야말로 적합한 미장재다. 별도의 접착제 없이도 강력하게 달라 붙는 데다 한 번 굳고 나면 흠집 나지 않는 단단함도 자랑한다. 여름엔 냉방의 서늘함을, 겨울엔 난방의 따스함을 품어 사계절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유해성 정화 작업까지 모두 끝난 친환경 소재라 외부 환경의 영향 없는 실내엔 마감 작업도 필요 없다. 이 빌라 역시 윤기나는 바닥을 위해 코팅만 더 했을 뿐, 주방과 욕실의 질감은 고스란히 남겨 빈티지를 살렸다.


가로는 좁은데 세로는 또 넓어 사용이 애매했던 발코니. 거실에 숨 막히는 답답함을 선사했던 일등공신이었다. 소형 쇼파와 TV까지 들어 오면 거실은 그야말로 난장판. 깔끔한 거실을 위해 두 가지 중 하나는 포기해야 했다. 발코니를 포기하던가, 거실에 놓을 물품을 포기하던가. 


이 가족은 둘 다 포기했다. 그 대신 실리를 챙겼다. 

쓸 수 없다면 허물어 버리겠다며 샤시를 철거해 버리고 발코니를 포기한 대신 그만큼 넓어진 거실을 가졌다. 소형 쇼파로만 해도 꽉 찼던 비좁았던 거실은 안녕. 4명은 족히 앉는 기다란 쇼파도 거뜬히 담아 낸다. 빨래가 마를 곳 필요해 남겨 둔 방 측 발코니는 청량한 블루 도어로 막아 실내의 무드를 지켜냈다. 목재와 콘크리트, 화이트로 이뤄진 차분한 거실에 발코니 중문의 블루 컬러가 생동감을 선사한다. 


넓어진 공간만큼 수납력도 훨씬 강화되었다. 늘어난 벽체 길이만큼 IKEA에서 산 목재 합판을 짜맞춰 단촐하면서도 무드 형성에 제격인 선반책장을 달았다. 벽 따라 붙박이 설치된 쇼파의 하부엔 서랍장까지 있다. 거실의 확장이 기능 강화까지 이끌어 낸 것이다. 쇼파와 세트로 묶이는 거실의 필수품, TV도 버렸다. TV장만큼의 여유 공간엔 테이블과 의자를 놓았다. 좁은 면적만큼 거실과 주방이 가깝다는 걸 생각하면 다이닝룸으로도 활용하는 효율성까지 갖추게 된 셈.


콘크리트에 줄눈을 넣어 서브웨이 배치를 표현한 주방. 파이프와 목재 특유의 패턴까지 대범하게 노출해 세미 인더스트리얼의 감성이 녹아 든 특별 공간이 됐다. 상부장 대신 IKEA에서 산 합판을 선반으로 배치한 건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다. 키가 작아 상부장을 온전히 사용 못하는 거주자를 위해 쉽게 그릇을 꺼내고 진열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물론, 편의성과 함께 개방감도 함께 형성되어 주방에 깃든 콘크리트 특유의 감각이 더 부각된다. 


맞춤 가구 제작에 능한 시공자가 손수 제작한 하부장은 주방에 혼잡함 일으키는 김치냉장고를 빌트인 해 실용성과 심미성을 모두 챙겨 낸 효자라 할 수 있다. L자형 하부장 한 면은 오픈도어로 칸을 구성해 전자렌지와 밥통을 효율적으로 수납할 수 있게 했다. 


경제적인 가구의 대명사, IKEA에서 구매한 싱크볼이 매트 화이트 하부장 문짝과 깔끔하게 어울리며 빈티지 인더스트리얼의 고즈넉한 정취에 걸맞는 은근하고 소박한 매력을 자아낸다.


3명만 앉아도 버겁고 번잡하던 거실의 놀라운 변신. 새 집 축하하러 집들이 단체 손님 불쑥 찾아와도 늘 청결하고 깔끔한 집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TV가 없는 거실은 역시 좀 허전하다. 할 거 없이 덩그러니 좌석만 배치하긴 좀 그렇다. 


가족들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줬던 TV의 부재, 빔프로젝트와 롤 스크린의 설치로 해결했다. 모처럼 넓어진 거실의 깔끔함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기능까지 완벽 구비한 수준 높은 배치 전략이다. 과감한 상부장 포기로 주방의 개방성은 높아졌을 지언정 수납력은 떨어지게 되어 진열할 물품이 많이 남게 됐다. 그릇이야 어찌어찌 선반에 수납한다 하더라도 각종 양념과 수저, 주방용품은 어디에 수납한단 말인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양철 캔을 곳곳에 매달았다. 쿡탑 위엔 조리기구를, 다른 쪽엔 수저를 진열해 동선 효율을 고려한 주방 물품의 배치를 이끌어 냈다. 또한, 조리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친타월도 쿡탑 한 켠 전용 걸이대를 따로 만들어 두어 필요할 때마다 쉽게 끊어 쓸 수 있는 편의를 형성했다.



주방 맞은 편 블루 슬라이드 도어 열고 들여다 본 곳은 노란 불빛으로 노란 커튼 환하게 빛나는 욕실이었다. 거실과 단차를 두어 욕실 바닥을 높이 올리고, 색 만큼이나 방수성도 강한 샤워 커튼을 설치해 물기의 범위를 최소화하며 건식 욕실의 미덕을 갖췄다. 개폐가 편한 슬라이딩 도어 활짝 열어 습기 날리면 맨발로도 오고 갈 수 있는 편의성이 확보된다. 


습기 걱정이 사라지니 우드 소재를 마음 놓고 써도 된다. IKEA에서 구매한 패턴과 질감 도드라지는 합판으로 세면대 하부 받침대와 선반을 제작해 설치해 뒀다. 벽체와 바닥의 콘크리트가 주는 석조 감성과 함께 자연에서 퍼지는 내츄럴한 정서를 연출한다. 


습기가 없으니 수납장에 문짝 달지 않아도 괜찮다. 타월이나 휴지처럼 쉽게 젖어 버리는 물품도 안심하고 장식 포인트처럼 선반에 진열해 놓으니 기능의 완성은 물론, 심미적 효과까지 동시에 이뤄진다.  콘크리트와 목재가 아이에겐 너무 딱딱해 보일까 우려해 목공 공사로 천장 한 켠에 레이어를 한 층 더하고 그 틈새에 라인 전등으로 간접 조광을 은은하게 연출해 차갑고 거친 소재의 질감을 포근하게 덥혀 냈다.


주로 안방이라 함은, 그 집에서 가장 큰 방을 일컫는다. 허나 이 부부는 생각도, 의상의 보유량도 남달랐다. 단순히 잠만 자는 방만 있으면 충분하다 판단해 부러 거실 한 켠의 가장 좁은 방을 부부 침실로 선택, 가장 넓은 방은 의상 정리를 위해 과감히 투자했다. 그렇게 탄생한 드레스룸은 각종 의상을 훌륭히 수납해 집안 곳곳에 옷가지가 널브러지는 걸 단단히 방지한다. 


이번에도 우리의 저렴한 가구 메이트, IKEA가 등장한다. 답답하고 번거로운 문짝 따윈 없앤 오픈 클로젯으로 한 눈에 의상을 확인하고 한 번에 걸어 둘 수 있다. 세 벽 모두 활용하니 사계절 옷도 거뜬히 담겨져서 계절마다 옷 정리한다고 분주할 일도 없게 됐다. 안방의 붙박이장이 주로 담는 각종 침구류는 한 켠에 세워진 거울도어 수납장이 대신 담아낸다. 드레스룸에 꼭 필요한 거울을 이미 갖추고 있어 경제성까지 두루 확보할 수 있는 영리한 선택이 됐다.


지금은 드레스룸이지만 원래 안방으로 설계되었기에 한 켠 구석에 자그마한 욕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현란한 옷가지 속에서도 그 존재감 드러낼 수 있게끔 핑크 문선몰딩으로 곱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들여다 본 공간은 솔직히 난감할 정도로 좁았다. 건식욕실이 되기엔 샤워영역의 확보가 어려운 상황. 건식이 아니란 건, 습기의 제거도 쉽지 않다는 거다. 이에 샤워기는 과감히 포기해 습기 그 자체를 막았다. 코너에 목재 선반을 달 수 있게 되어 수납력도 확보했다. 허나 세면대와 양변기까진 철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물기의 우려를 완벽하게 방지했다고 말하긴 힘들다. 따라서 이 곳만큼은 경첩문을 달아 닫아 두었다. 대신 문의 프레임만 남기고 아쿠아유리를 달아 개방성과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챙길 수 있게 했다.


본디 안방이었던 곳을 드레스룸으로 과감히 바꾼 대신, 가장 작은 방이었던 이 곳을 부부의 침실로 선택해 수면에 가장 기초적인 요소만 담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애초에 수면만을 위한 공간을 원했기 때문에 침대와, 램프, 블랙 쉬폰 커튼만으로도 충분했다. 


나쁜 꿈을 꿔 놀란 아이가 바로 부모 곁에 오도록 부부 침실의 문까지 과감하게 철거해 버렸다. 문이 없어 허전해 진 방을 아늑한 무드로 보완하려 실크벽지와 커튼, 콘크리트 바닥의 무채색을 활용해 침구부터 장식까지 공간을 소담히 채웠다. 매립등과 포인트 조명의 은은한 빛 입자가 무채색의 공간을 포근히 감싸 낭만을 연출해 낸다.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의 꿈을 지키려 아기자기한 연분홍빛 방만큼은 방문을 달아 뒀다. 핑크 컬러의 프레임과 아쿠아유리로 이뤄진 방문을 통해 밖에 있는 부모는 아이의 안전을 바로 파악할 수 있고 안에 있는 아이는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이 방에서 눈여겨 볼 것은 2층 침대 프레임을 활용해 1층은 벙커로, 2층은 침대인 복층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호기심 넘치는 나이라 학용품과 장난감이 많은 상황. 별도의 수납시설 없이는 금세 더러워질 게 뻔했고, 아이의 정리정돈 습관도 길러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이에 침대 계단 자체를 수납서랍장으로 구성했다. 계단 구조라 각 단마다 크기와 깊이가 달라 실로폰이나 멜로디언같은 부피 큰 학용품부터 공이나 인형처럼 작은 장난감도 모두 담을 수 있다. 따스한 원목 정취와 사랑 가득한 가족 사진 액자들로 자러 가는 그 순간도 아이는 언제나 즐거울 것이다. 


허나 아이가 아무리 편안하고 행복하더라도 부모라면 어느 상황에서도 아이의 안위가 걱정되기 마련. 핑크빛 침대에 곱게 잠든 아이의 꿈을 방해하지 않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머리맡에 앙증맞은 사이즈의 창문을 달아 두었다.


1층은 가벽을 세워 외부와 확연히 분리해 벙커를 조성, 책상과 책장을 설치해 학습 공간으로 사용되게 했다. 집안 전체에서 유일하게 구분된 공간인 만큼,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아늑함을 선사한다. 합판 내벽에 독서등으로 집중조광을 형성한 덕택에 구조의 아늑함이 시각적으로도 더 부각된다.


지금까지 온 집을 샅샅이 둘러 보면서 찾은 포인트. 각 공간마다 소소한 편의 기능이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현관에는 신발을 고쳐 신을 수 있는 조그마한 벤치가, 드레스룸에는 드라이기와 빗을 넣는 작은 양철통이, 아이방 벙커 한 켠엔 가방 걸이대가 마련되어 있다. 드레스룸에 딸린 좁은 욕실의 한계를 극복하려 합판 선반의 설치로 수납력을 끌어 올리기도 했다. 사소한 소품 몇 개로 실생활의 편의를 확보한다면 좁아도 쾌적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단 걸 보여준다.


문을 터서 개방감을 이뤄 내 특별함이 형성된 공간. 조금 더 특별하고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공간에 어울리는 조명을 적절히 사용한 것도 눈에 띈다. 


필라멘트가 환히 들여다 보이는 유리병 펜던트 조명은 거실에 꽉 찬 아늑한 정취를 더욱 포근하게 비춰내고, 아이방 침대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날아 오른 요정이 오늘 밤의 꿈을 한층 더 환상적인 빛으로 밝혀 준다. 수면을 위해 최대한 심플하게 구성된 부부의 침실, 촛불 모양의 스탠드 조명이 내뿜는 로맨틱한 무드로 단촐한 무채색에 낭만과 편안함이 깃들 수 있었다. 


흔히 인테리어의 완성은 적절한 조명의 선택이라 한다. 그 말이 진실이라는 걸 이 조명들이 확실히 알려 준다.


열린 문으로 싹트는 가족 간의 사랑이 따뜻한 곳, 집닥의 친구 '제이앤예림'이 15년 된 빌라를 바꿔냈어요. 오래된 빌라 변신시키고 싶나요? 집닥과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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