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차.
잘 사면 핵 득템인데 잘못 사면 그것 만큼 사람 성가시게 하는 것도 없죠.
카랩이 지난 주말 사기 안 당하고 중고차 사고 팔게 해주는 곳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바로 용인에 있는 '오토허브'. 한 때 단일 중고차 단지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던 곳이지요.
이 곳은 국내 최대 중고차 거래 플랫폼 SK엔카와 협력관계에 있는 곳인데요. '사기 안 당한다'고 큰 소리를 치는 이유가 뭘까요?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오토허브, "자체 전산으로 정보 변형 차단"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량은 약 377만 대. 신차 판매량의 2배가 넘는 규모였습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주목 받는 건 신차의 몫이지만, 실제 전체 자동차 시장의 큰 부분은 중고차의 몫입니다. 제조사의 이윤과 개발비, 마케팅 비용 등 거품 빠진 가격이 중고차의 가장 큰 매력이죠.
하지만 허위매물과 강매 등의 병폐가 중고차에 대한 인식을 떨어뜨린 것도 사실입니다. 기자 주변에도 지인이 중고차를 산다면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며 말리는 이가 있었을 정도죠.
“매매 현장에는 내가 보고 온 차만 없더라”부터 시작해 차 값보다 수리비가 더 나왔단 얘기까지 주워들은 피해사례만 한 트럭입니다.
최근에는 몇몇 중고차 매매단지와 온라인 플랫폼 등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이미지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주 방문한 오토허브도 그중 한 곳인데요. 2018년 3월 경기도 용인에 문을 연 오토허브는 축구장 24개와 동일한 면적에 지상 4층, 지하 4층의 A, B, C동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아주 크죠.
서울 인근에 위치한 훌륭한 접근성과 8,000대까지 가능한 실내 전시 규모는 겉으로만 보이는 특징입니다. 오토허브가 내세우는 진짜 강점은 바로 허위매물을 원천봉쇄하고 믿을 수 있는 거래를 보장한다는 점입니다.
허위매물 원천봉쇄는 단지 안으로 차가 진입하는 순간 시작됩니다. 딜러는 차량 가격과 전시 위치 정도만 오토허브 전산에 입력할 뿐 나머지 정보 입력에는 일절 관여할 수 없다고 합니다.
오토허브가 자체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은 불의의 정보 변형과 딜러와 고객 간 정보 불균형을 막기 위함인데요. 가격고시제는 허위매물이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첫 단추입니다.
차량 뿐 아니라 딜러도 전산을 통해 관리됩니다. 현장 안내를 맡은 오토허브 송현철 이사가 본인의 오토허브 패스(일종의 사원증)를 키오스크(KIOSK)에 가져다 댔는데요. 화면에 딜러 정보와 보유 매물이 뜨는 게 보였습니다. 오토허브에 방문한 고객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해당 딜러의 신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단지에 한 번 들어온 차량은 위치가 실시간 감시됩니다. 차주 허락이 있는 경우에만 단지 밖으로 임시 주행이 가능하며, 누적 주행거리가 오토허브 최초 등록시 대비 200km이상 차이나거나, 복귀하지 않고 24시간이 지나면 매물 리스트에서 삭제됩니다.
오토허브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성능점검도 특별합니다. 성능점검을 받을지 여부는 딜러의 자유인데요. 차량 상태와 사고 유무 등을 워낙 까다롭고 공정하게 체크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딜러들로부터 반대가 심했다고 해요.
하지만 점차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쌓아가면서, 성능점검을 받지 않은 매물보다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아 이제는 딜러들도 반기는 분위기라는 게 오토허브의 설명입니다.
중고차 구입 후 필수로 따라오는 단순 소모품 교환은 ‘오토허브 박스’로 해결했습니다. 오토허브 박스에는 엔진오일, 와이퍼, 각종 필터류가 포함되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입주 딜러사에 제공해 서비스 만족도와 차량 구매 고객의 편리함을 모두 높이도록 했습니다.
"중고차 믿고 살 순 없을까?"
오토허브박스의 매물은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SK엔카 등 대형 중고차거래플랫폼은 물론 이곳에 입점해 있는 중소 업체들도 자체 사이트를 구축하고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날 동행한 SK엔카 박홍규 상무는"SK엔카는 2000년 설립부터 '중고차 믿고 살 순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성능점검기록부가 의무화되기 전부터 차량 진단을 제공했다"고 말했는데요.
올 상반기에는 진단차량 등록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86%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전문 진단평가사가 매물의 사고 유무, 프레임 이상, 외부 패널 교환 여부, 옵션, 주행거리 등을 검토하는데 거래 후 진단 결과에 오류가 있을 경우 3개월, 5000km 이내에서 진단비의 최대 20배를 보상해 줍니다.
가격이 소폭 상승하긴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는데요. 그 동안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사면서 얼마나 못 미더웠는지에 대한 반증이겠죠?
소비자가 직접 용접자국을 확인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펜더와 보닛 등을 교환했을 경우 볼트 풀었던 자국이 남는다거나, 외부 패널을 잘라 붙였을 때는 신차 조립 당시 생긴 스폿용점을 떼고 다시 용접한 스패터(용접 똥)이 보기는데, 현장에서 만난 어떤 매물은 겉으로 깨끗했으나 속으로 흉터가 많았습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군요.
오토허브에서는 차량 구매 후 최대 6개월, 1만 km까지 고장 수리 접수부터 출고까지 전과정을 SK엔카가 지원하는 ‘엔카보증’같은 대기업이 보증하는 차량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또, 오토허브를 비롯한 전국 20여 곳에 광고지원센터를 마련해 멋진 매물 사진을 촬영 할 수 있도록 딜러까지 돕고 있군요.
빅데이터 기반으로 테마별로 다양한 컨설팅도 제공합니다. 강원도는 SUV, 인천은 화물차처럼 지역색을 분석한 정보라거나, 잔존가치가 높은 모델이 무엇인지, 모델별로 어떤 색이 비싼 값을 받는지 등을 알려줍니다. 영업 전선에서 딜러들이 전략을 짜는데 도움 될만한 알짜 분석이죠.
신차만 새 차가 아닙니다. 새로 산 중고차도 나에겐 새 차죠. ‘헌 차’가 ‘새 중고차’로 정정당당히 인식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은 것 같군요.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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