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이 통통하게 오른 아귀찜
아귀는 가난했던 시절 부두 인근 사람들의 한끼를 돕던 물고기였다. 인천에선 아귀를 잡으면 재수없다고 해서 바다에 ‘텀벙’ 던져버리곤 해서 아귀를 물텀벙이라 불렀다.
아귀는 또한 불교 용어이기도 하다. 목마름과 배고픔 등으로 고통스런 세상에 사는 중생을 뜻한다. 어쩌면 아귀가 아귀를 구한 셈이다.
50년 전 인천항에서 가까운 남구 용현동에는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물텀벙을 미나리와 콩나물 등을 가득 넣고 끓여 팔거나, 고추장 양념에 졸여서 내놓는 식당이 생겨났다. 용현동에는 부두 하역 노동자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아귀로 만든 저렴한 요리들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버리기는커녕 없어서 못 먹는다. 식도락의 인기 메뉴가 된 것이다. 술 한 잔을 털어 넣은 뒤 씹어먹는 아귀는 고달픈 하루를 마감하며 지친 영혼을 달랠 수 있는 ‘소울 푸드’가 됐다.
최초신고일자 1972년 1월 26일이 적힌 영업신고증
식당이 인기를 끌자, 주변에 비슷한 가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물텀벙 거리가 된 것이다.
인천시 남구 독배로 403번길 일대 용현동 네거리에는 문을 연 지 48년 된 성진물텀벙이 있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이라면 이곳 1층 카운터 뒤의 영업신고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최초 신고 일자가 1972년 1월 26일이다.
아귀는 철분과 인이 풍부해 빈혈에 좋다고 한다. 타우린 성분이 있어 숙취 해소의 효과도 있다. 그래서 전날 한 잔 거하게 한 술꾼들이 해장을 위해 찾는 메뉴가 됐다.
남성들에게는 아귀탕이 인기가 있는데 비해 여성들에게는 다양한 음식 재료들이 고소하게 씹히는 맛을 내는 아귀찜이 인기다. 껍질에 있는 콜라겐 성분은 피부 미용에도 도움이 된다.
글 · 사진 성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