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는 걷기 좋은 길, 걷고 싶은 길이 많다. 걷기 열풍이 불고, 걷는 인구가 늘어난 뒤 기존 길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새로운 길들도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길 종류가 다양하고 길마다 특색이 있다. 산길, 숲길, 해안길이 있는가 하면 오르막길, 꼬부랑길, 흙길, 꽃길이 다채롭다.
수많은 길 중에서 이름이 가장 어여쁜 길을 꼽는다면 경상북도와 강원도에 걸쳐 있는 외씨버선길이 아닐까. 물론 이름만 예쁜 게 아니다. 실제 걸어보면 즐거움은 이름이 주는 매력 이상이다.
외씨버선길은 우리나라 최고 청정지역에 걸쳐있어 방문객들로 하여금 잠시나마 도시 생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처럼, 위압적인 느낌을 주지 않고 걷기에 편안한 길이다.
외씨버선길이라는 이름은 13개 길을 연결했을 때 길 전체의 모양이 조지훈의 시 ‘승무’에 나오는 외씨버선의 윤곽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외씨버선 6길에 조지훈 생가가 있는 것도 작명의 배경이 됐을 것이다.
외씨버선이란 오이씨처럼 볼이 갸름해 맵시가 있는 버선이다. 길이 얼마나 단아하길래 이런 이름을 얻었을까.
외씨버선 7길은 흔히 ‘치유의 길’로 불린다.
일월산자생화공원∼반변천 계곡길∼아름다운 숲길∼
우련전으로 연결되며, 평지에 가까운 완만한 오르막길이어서 느긋하게 산보하듯 걸을 수 있다.
자생화공원은 영남의 영산으로 꼽히는 일월산 자락에 조성되어 있다.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커다란 바위 구조물은 일제가 광물 수탈을 목적으로 만든 옛 공장이다.
공장 일대는 독성물질과 침출수로 인해 토양 및 수질오염이 심각했다. 영양군은 몇 년에 걸쳐 이곳을 자연이 숨쉬는 휴식처, 전국 최대 규모의 야생화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외씨버선 7길에서는 사람의 몸과 마음만이 아니라 역사의 상처와 파괴된 토양이 회복되고 재생되고 있었다.
낙동강 상류 쪽의 계곡 옆길을 따라 1시간 가량 걷다보면 ‘아름다운 숲길’이 시작된다. 계곡 옆길이 행복한 길이였다면 숲길은 경관이 뛰어난 길이다.
길은 경사가 완만하다. 노인이나 아이들도 무리하지
않고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부분의 도보 길과 달리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폭이 넓다.
전국에 몇 개 남지 않았을 비포장 옛 국도, 그것도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난 옛 도로를 걷는 것은 흔치 않은 매력이다. 길을 따라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치유되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외씨버선 7길을 따라 걸음을 내딛어보자.
글 현경숙 · 사진 전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