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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에서 보내는 여름 #2. 낙동강변에 숨겨진 마을들

등록일2020.08.19 11:09 조회수8970








경북 북부에는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청정한 오지 마을이 의외로 많다.



경북 봉화의 오지 마을로 통하는 길은 낙동강 옆으로 난 트레킹 코스뿐. 요즘처럼 비가 자주 오면 길이 잠기고 완전 고립 상태가 된다. 이곳에서 채취하는 토종 벌꿀과 산나물은 청정한 자연의 결정체다.










각금은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의 승부마을과 양원마을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낙동정맥트레일 구간 한가운데 있는 이 마을은 출입구가 수풀에 가려져 있어 외지인은 물론, 현지인들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원래 각금에는 13세대가 살았다. 그러나 1980년대 교통 불편 등으로 모두 떠 나가면서 이곳은 버려진 마을이 됐다. 수십 년이 흐르고, 최근에야 몇 명이 다시 이곳에 들어와 거주하면서 개간을 시작했다. 









승부마을이나 양원마을에서 도보로 낙동강길을 걸어가면 낙동강 절벽 위에 설치된 데크 길을 만나게 된다. 이 데크길을 걷다 보면 기둥에 작은 글씨로 '각금'이라고 적힌 작은 현수교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현수교 난간을 타고 넘어 내려간 뒤 오솔길을 따라, 시냇가를 건너, 다시 오솔길을 걸어 올라가면 각금과 만날 수 있다.









지난 2013년 스위스관광청은 소천면 분천리의 낙동정맥 트레일 한 구간에 ‘체르마트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곳은 스위스의 체르마트처럼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고 오직 열차로만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대부분의 트레커들이 체르마트 길만 지나가기에 농무이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한다. 언제나 비밀의 문은 남들이 다들 알고 있는 흔한 길목 한쪽 구석에 숨어있다. 농무이로 향하는 길도 마찬가지다.









체르마트길 초입에서 옆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면 드넓은 공간에 흙과 나무로 지은 집이 나타난다. 윗 동네인 양원마을의 윤재원 씨가 토종 벌꿀을 관리하기 위해 지은 집이다. 



이곳을 지나 5분가량 내려가면 20미터 높이의 절벽과 함께 낙동강이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펼쳐진다.









윤씨는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잠시 서는가 싶더니 다람쥐처럼 절벽을 타고 내려가 절벽에 매달렸다. 토종 벌꿀의 생존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농무이 마을에는 현재 사람이 살지 않는다. 윤씨는 “벌꿀 관리를 위해 지은 이 집에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와서 살겠다고 하면 가끔 내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농무이와 각금의 들머리가 되는 오지마을이 양원마을이다. 예전에는 기찻길이 마을을 관통했지만, 정작 기차역이 없었다.



1988년 주민들은 마을에 기차가 서게 해 달라는 간절한 손편지를 청와대에 보냈다. 비뚤비뚤, 손으로 쓴 순박한 상소문에 청와대가 반응했다. 철도청으로부터 역으로 인정을 해주겠다는 통보가 왔다. 그래서 주민들이 합심해서 손수 건설한 코딱지만한 역사는 국내서 ‘가장 작은 민자역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 마을에는 지금도 10여가구가 산다. 이 마을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산에서 직접 채취한 산나물 장아찌 도시락을 맛볼 수 있다. 주민들은 근처 산골짝마다 자신만 아는 산나물 군락지가 따로 있다. 그 위치를 이웃에게는 말해주지 않지만, 외지인들에게 주는 밥 인심만큼은 푸근하다.









양원마을 한쪽에 자리잡은 라벤더 농장에서 탁 트인 라벤더밭을 배경으로 별을 관찰하다 보면 라벤더 향기와 쏟아지는 별이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한여름이라도 쌀쌀하니 긴 팔 차림을 권한다. 양원마을 낙동강변 절벽 위에 세워진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비교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글 · 사진 성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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