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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넘사벽은 아니네 - 기자가 직접 체험한 경비행기 조

등록일2022.07.21 17:35 조회수6421



파일럿, 넘사벽은 아니네 - 기자가 직접 체험한 경비행기 조종





레프트 클리어, 포워드 클리어, 라이트 클리어, 클리어 프롭”

“화성 그라운드, 호텔 리마 찰리 제로 식스 세븐, 에어본”. 

경기도 화성시 하늘누리항공 활주로에서 이륙한 파일럿의 무선 교신 내용이다.

-글·사진 진성철 기자-

















경비행기로 가르는 하늘 누리


경비행기가 흙길 활주로를 달리다 하늘로 날아올랐다. 서해가 빠르게 다가왔다. 바다 위로 떨어지는 햇살이 눈 부셨다. 궁평항을 지나자 사람이 누워 있는 형상의 입파도, 모래 해변을 스카프처럼 두른 제부도가 보였다. 북쪽에선 인천 송도의 고층빌딩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비행기가 남쪽으로 돌자, 화성호와 아산만 사이를 막아선 화성방조제가 궁평항에서 매향리까지 뻗어 있었다.


조종간을 잠시 잡았다. 기수를 왼쪽으로 돌려 볼까 하고 조종간을 왼쪽으로 살짝 움직였다. 비행기가 갑자기 기울어져 놀랐다. 아주 아주 살짝 조종간을 움직였더니 비행기가 자세를 유지하며 날았다. 홍문철 비행교관이 “놀이동산의 바이킹 타는 경험을 맛보게 해주겠다”며 조종간을 앞으로 밀었다. 몸이 뚝 떨어지는 듯했다. 뒤로 당기자 몸이 위로 들리는 느낌에 또 한 번 놀랐다






<경비행기에서 바라본 제부도와 인천 송도>





<경비행기 조종 체험하는 기자>







화성방조제 끝 즈음에서 매향리 사격장이었던 농섬이 보였다. 주한 미군 폭격기의 사격훈련으로 작아진 섬이 더 조그만 섬과 모래톱으로 이어졌다. 육지 쪽엔 한반도가 그려진 매향리평화생태공원과 유소년 야구 단지인 ‘화성드림파크’가 눈에 들어온다. 홍 교관은 “네 잎 클로버를 닮은 화성드림파크를 처음 본 날 로또를 샀더니 3등에 당첨됐다”며 웃었다. 고개를 들어 서해대교, 당진의 제철소를 바라본 뒤 기수를 돌렸다. 모내기가 끝난 논과 농가, 새우 양식장 위를 날아 이륙했던 하늘누리항공 활주로에 가볍게 착륙했다







<유소년 야구 단지 화성드림파크와 주변 풍경>






<매향리 사격장이었던 농섬>










취미로 즐기는 경비행기


취미생활로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다면, 경비행기가 좋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경비행기’를 ‘단발 또는 쌍발을 가진 프로펠러 비행기. 2~8명이 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레저용 경비행기는 항공법상으로 ‘경량 항공기’ 중 ‘조종형 비행기’이다.주날개 및 꼬리날개에 있는 여러 조종면을 움직여 비행해서 ‘조종형’이다. 또 2인승 이하, 최대이륙중량 600㎏ 이하여서 경량이다. 비행기 이름(등록기호)은 항공기의 한국 국적을 표시하는 ‘호텔 리마’(HL)와 경량을 뜻하는 ‘찰리’(C)를 붙여 쓴다. 2021년 기준으로 국내에는 195대가 등록돼 있다.


레저용 경비행기는 동체 앞부분에 프로펠러가 달렸고 엔진이 탑재됐다. 조종석 옆으로 주 날개가 뻗었고, 뒷부분에 꼬리날개가 있다. 연료인 고급휘발유를 양쪽 날개에 실을 수 있다. 동체에 날개가 붙은 위치에 따라 고익기, 저익기 등으로 나눈다. 속도는 저익기가 더 빠르다. 기체 아래에는 3개의 바퀴가 고정돼 있다. 가격은 1억 5천만 원에서 3억 원 정도다.하늘에서 비행기는 에일러론(aileron), 엘리베이터(elevator), 러더(rudder)로 방향을 조종할 수 있다.


에일러론은 주날개의 뒷부분에 붙어 있다. 날개 중간부터 바깥 끝 쪽으로 위치하고 위아래로 움직인다. 조종석에서 조종간을 왼쪽으로 움직이면 비행기는 왼쪽으로 회전한다. 이때 왼쪽 날개의 에일러론은 위로, 오른쪽 날개의 에일러론은 아래로 내려간다. 오른쪽 회전은 반대로 작동한다. 보조장치인 플랩(flap)은 날개 중간에서 동체 쪽에 달린 부분이다. 순항 중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로패스’ 착륙 훈련하는 파일럿 훈련생과 교관>






<하늘누리 활주로에 착륙하는 경비행기>






<하늘누리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경비행기>






엘리베이터는 꼬리날개 중 수평안정판 뒤에 있다. 조종간으로 엘리베이터를 위아래로 움직여 기수를 내리거나 들 수 있다. 러더는 꼬리날개 중 수직안정판에 달려 있다. 조종석에서 왼쪽 러더 페달을 밟으면 왼쪽으로, 오른쪽을 밟으면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비행기 기수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늘을 나는 동안에는 에일러론, 엘리베이터, 러더를 적절히 사용해서 비행기의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비행기 조종은 두손 두발을 다 이용한다. 한 손으로는 조종간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엔진출력조절장치(Throttle) 등을 조작한다. 엔진출력의 크기는 프로펠러의 회전수(RPM)로 표시된다. 양발로는 두 개의 러더 페달을 밟아야 한다. 러더 페달 위에 브레이크가 붙어 있어 지상에서 달릴 때 바퀴의 브레이크를 작동할 수 있다. 주로 러더는 발바닥으로, 브레이크는 발가락 부위로 조작한다. 레저용 비행장에는 일반 공항 같은 관제탑이 없기 때문에 무전은 교신이 아니라 맹목통신으로 한다. 맹목통신은 일방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주변의 항공기나 비행장에 공지하는 통신 방식을 뜻한다







<경비행기 조종석. ‘Y’자형 조종간, 비행 계기판, 계기판 아래 러더 페달과 브레이크가 있다.>






<경비행기 조종석. ‘Y’자형 조종간/ 피토 튜브와 마개 깃발>






<꼬리날개의 수평안정판 뒤에 붙은 엘리베이터와 수직안정판에 있는 러더>






<하늘누리항공 격납고>









파일럿에 도전하는 사람들 "야 나두 파일럿!"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에 있는 하늘누리항공을 방문했다. 경비행기들이 활주로에서 이착륙을 반복하며 날아다녔다. 현재 교육생은 30명 정도다. 2021년 말까지 국내에서 발급된 경량항공기조종사 자격증명서는 모두 1천 496건이다. 항공기조종사 자격증명서는 자동차 면허 기준과 매우 다르다. 경량항공기 면허로는 4인승 이상 항공기를 조종할 수 없고, 4인승 이상 항공기 자격증이 있어도 경량항공기를 몰 수 없다. 해외 자격증은 국내용으로 전환해야만 비행할 수 있다. 


파일럿이 되면 경비행기를 빌려서 탈 수 있다. 화성에서 이륙해 문막, 나주, 부산 등 레저용 비행장에 갈 수도 있다. 대여 비용은 1시간에 22만 원 정도다. 경량 항공기 자격증명시험은 만 17세부터 응시할 수 있다. 항공신체검사증명서가 필요한데 ‘보통2종 운전면허’ 이상 소지자는 대체할 수 있다. 






<‘터치앤고’ 착륙 훈련하는 파일럿 훈련생과 교관>






전문 교육기관에서 수료하면 학과시험 4과목 중 항공법규 시험만 합격하면 된다. 나머지 3과목은 면제다. 실기의 경우 최소 20시간 이상 비행 경력을 요구하고, 조종기술, 무선기기 취급, 공지통신 연락 등을 테스트한다. 실기시험은 수료한 비행교육원에서 자신이 훈련한 기종으로 치를 수 있다.


김대형 하늘누리 경량비행교육원 대표는 “실제 시험을 치를 정도의 조종 기술을 배우려면 30~40시간 정도의 비행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시간당 교육비는 30만 원 정도다. 지난 3월부터 배우기 시작한 이승수 씨는 “체험 비행으로 하늘에 올라간 뒤 너무 좋아서 바로 등록했다”고 했다. 또 “20대부터 비행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막상 쉰 살이 넘어 도전하는데 성취욕이 생겼다. 자신감도 붙었다”고 말했다. 


화성시 봉담에서 기계공장을 운영하는 50대 아저씨도 바이크를 타고 와 이날 교육생 등록을 했다. 이분은 “밤낮없이 일했다. 사는 게 재미가 없었다. 애들에게는 즐겁게 사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얘기했다. 93년생인 홍문철 교관은 “공군 조종사 친구도 있지만, 내가 날고 싶을 때 날 수 있는 자유 때문에 경량 항공기 조종 교관이 됐다”고 말했다. 하늘누리 경량비행교육원은 유튜브채널인 ‘야나두파일럿’을 최근 시작했다






<하늘누리 활주로에 착륙하는 경비행기>






<하늘누리항공 격납고. 개인 경비행기 계류 비용은 보증금 5백만 원에 월 45만 원 정도다.>









안전하게 비행하려면 사전 정비와 체크리스트 수행


레저용 경비행기는 일출 후부터 일몰 전까지 시계비행만 한다. 바람이 세면 이륙하지 않는다. 보통 고도 330m~1천500m 사이에서 난다. 음주는 절대 금지다. 몸이 안 좋거나 꿈자리가 뒤숭숭할 때도 조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안전한 비행을 위해선 비행기의 사전 정비와 안전 점검이 아주 중요하다. 홍 교관은 “안전 점검은 외워서 하는 게 아니라 꼭 체크리스트를 보며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지 통신도 중요하다. 비행기 이름을 대고 엔진 시동부터 활주로 이동, 이착륙 등을 일일이 보고해야 한다. 하늘에서 방향을 바꿀 때도 주변을 확인하고 입으로 말한 뒤 변경해야 한다. 김 대표는 “작고 가벼워 오히려 안전하다. 엔진이 꺼져도 날개만으로 활공해서 농로, 잔디밭에 착륙할 수 있다. 요즘은 비행기 전체를 들어주는 낙하산이 있다.”고 말했다. 


만나 본 교육생들에게 안전을 걱정하는 가족을 어떻게 설득했냐고 물으니 “집사람 몰래 하고 있다”는 대답이 가끔 돌아왔다. 훈련을 마치고 비행일지를 작성하던 최 모 씨는 “들켜도 쫓겨나기밖에 더 하겠냐”며 즐거워했다. 다들 “보험은 많이 들었다”며 웃었다





<주날개 뒤에 있는 에일러론을 점검하는 홍문철 교관>






<경비행기 정비하는 하늘누리 경량비행교육원 김대형 대표(오른쪽)와 직원들>






<엔진 시동 전 안전 점검 체크리스트 수행/ 교육생의 훈련 비행일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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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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