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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디자이너 효재가 속리산으로 간 까닭은?

등록일2022.07.29 15:26 조회수6865


포커스























괴산에서 '5촌2도'하며 코로나 피난


“코로나 시대, 이곳이 없었으면 숨 막혀 죽었을 거예요.”괴산에서 만난 이효재 씨는 몇 번이고 이 말을 했다. 그는 한복 디자이너이면서, 물건을 쌀 때 쓰이는 보자기를 활용해 한국적인 예술 장르로 개척한 보자기 예술가다. 이런 내용을 소재로 한 베스트셀러 서적 ‘효재처럼 살아요’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2년 반 전에 이곳으로 내려왔다. 그가 괴산으로 내려온 건 예술적 영감을 접할 수 있을 듯해서였다. 그는 요즘 이곳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낸다. 서울에서 2시간 거리의 괴산은 강의와 TV 출연 등 그가 업무를 보는 데 불편함이 없다. 그는 ‘5도 2촌’(닷새는 도시, 이틀은 시골에서) 삶의 반대인 ‘5촌 2도’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야외 수업이 이뤄지는 장독대>





<숙소 앞 계곡을 살펴보는 효재 선생>





<스튜디오 내부 다실. 대나무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있다.> 





<소설가 고 이외수 선생이 효재 선생에게 써 준 글>





<전시실 앞에서 잡초를 뽑는 효재 선생> 





<컨테이너 전시실과 스튜디오>





<게스트룸이 있는 효재 선생의 공간>







그의 2층 스튜디오 앞에는 자신의 작품을 전시한 컨테이너 전시실이 있다. 한 가지 특이한 건 스튜디오 앞에서 농민들이 골치 아파하는 잡초인 쇠뜨기가 자란다는 점이다. 그는 쇠뜨기를 일부러 놔뒀다. 쇠뜨기가 한데 뭉쳐있으면 마치 푸른 잔디밭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부러 자라도록 내버려 두는 경우는 없다. 그는 쇠뜨기가 자연의 일부인데다, 요리 재료로 쓰인다고 했다. 이곳은 삼면이 국립공원 부지여서 고즈넉함이 장점이다. 다만 2년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그가 내려왔다는 소문을 듣고 한 두 명씩 작고 예쁜 집을 짓기 시작해 이제는 제법 여러 채가 들어섰다는 점이다. 스튜디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효재 선생이 퇴근해 머무르는 숙소가 있다. 그야말로 숲속 작은 오두막이다. 짙은 나무 그늘이 우거져 햇볕 들기 힘든 오두막에서 선생은 완벽한 평화를 되찾는다. 





<깊은 숲속에 마련된 숙소>










음식과 한복 그리고 예술


스튜디오 내부로 들어서니 그는 우선 허기를 면하라며 작은 요리와 막걸리를 내온다. 찹쌀을 두른 돼지고기와 어묵 등이 매운 양념 속에 잘 자리 잡았다. 고춧가루는 선생이 직접 기른 고추를 말려 빻은 것이다. 가운데는 마당에서 따온 씀바귀가 장식돼 있다. 술은 요즘 프리미엄 막걸리로 이름을 날리는 전남 해남 ‘해창 막걸리’다. 걸쭉한 막걸리는 선생의 요리리와 썩 잘 어울렸다. 선생은 마당의 풀까지 요리 재료로 활용한다. 


초롱꽃을 거꾸로 들어 잔으로 쓰니 완벽한 술잔이다. 막걸리 한 방울도 새지 않았다. 그는 좋은 음식 재료를 가까이서 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테이블 세팅을 할 때 매일 옷을 갈아입듯 식기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인데, 사시사철 바뀌는 풀떼기가 이를 대신한다는 것이다. 






<효재 선생의 자연주의 식탁>





<대추와 마당에서 따온 비비추 잎으로도 멋진 식탁이 차려진다.> 






<초롱꽃도 막걸릿잔으로 쓰인다.>







그는 시골의 맛난 음식 재료를 바리바리 싸 들고 도시를 찾고, 도시 문화를 가져와 시골에 풀어놓는다. 그는 이런 자신의 삶이 마치 꿀벌이 꽃가루를 묻히고 다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의 인생과 예술 등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식사 때다. 마침 청주에서 선생의 지인이 방문해 동석했다. 같은 속리산 자락이라 청주가 30여 분 거리밖에 안 된다. 선생은 저 멀리 경북 울진에서 온 문어와 대추 등으로 갖가지 다양한 요리를 내놓았다. 멀리서 찾아온 사람에게 청정한 음식 재료로 맛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게 큰 낙이라고 한다. 그는 식사를 마친 뒤에는 모든 식기를 뜨거운 물로 하나하나씩 소독했다. 이 과정이 무척이나 길지만, 그는 마치 의식을 치르듯 소독에 집중했다. 모든 일과가 끝나면 그는 작은 오솔길만 난 숲속 오두막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다. 가끔 무작정 찾아오는 팬이 있어 신발을 감추는 경우가 많다며 웃음 짓는다. 





<명란을 덮은 밥>





<효재 선생이 직접 요리하는 스튜디오>





<주변에서 키운 음식 재료로 차려진 건강한 식탁>





<펄펄 끓는 물로 소독하는 모습>










그가 사랑에 빠진 괴산 산막이마을


선생이 하루에 한 번 꼭 가는 곳이 있다. 걷기 길로 알려진 괴산 산막이 마을이다. 고불고불한 옛길을 한참 내려가면 나온다. 그곳엔 선생이 자주 찾는 순두붓집이 있다. 날짜와 시간을 잘 맞추면 직접 만든 순두부를 바로 먹을 수 있다. 마을로 들어서는 임도에서는 호수와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생이 길을 걷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드론을 띄웠다. 


그런데 이 드론이 절벽 위 높게 솟은 밤나무 가지에 걸려 추락하는 사고가 났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자리 잡은 30m 높이의 밤나무 가지에 걸린 드론을 보니 절망스러웠다. 타지역에 있는 토종 벌꿀을 채취하는 지인을 데리고 와야만 건질 수 있을 듯 보였다. 토종꿀을 채취하는 사람들은 절벽을 타고 높은 나무에도 거뜬히 올라간다. 양봉꿀과 달리, 토종꿀은 자연 속에서만 딸 수 있어 이를 채취하는 사람들은 절벽과 나무 타는 데 익숙하다. 무척 난감해하고 있는데 효재 선생이 그냥 내려가서 일단 식사하자고 말한다. 우울한 표정을 감추고 내려가 선생이 아끼는 순두붓집에 도착했다. 뜨끈한 순두부는 시중에서 먹는 두부와 맛과 질감이 다르다. 후루룩 한 사발 하고 난 뒤 그가 사랑하는 산책코스로 향했다. 짙푸른 호수를 배경으로 선 소나무의 자태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특히 안개가 끼는 가을철이면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한다고 한다. 산책을 마치고 나서야 선생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 집 사장님이 토종꿀을 하신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선생의 말 한마디에 식당 업주와 또 한 명의 장정이 절벽을 타려고 길을 나섰다. 


그들은 마치 다람쥐처럼 재빠른 동작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올랐다. 이윽고 절벽 위에 다다른 그들은 이 나무 저 나무를 한참 쳐다보더니 드론의 위치를 찾았고, 이윽고 나무를 오르기 시작한다. 1시간을 씨름한 끝에 나무 꼭대기 위에 

서서 나뭇가지를 흔드니 드론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일단 부서지더라도 고치면 되기 때문에 구조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그런데 손에 전해진 드론은 하나도 부서진 곳이 없다. 놀라운 일이었다.






<산막이 임도 절벽 길>





<고요한 산막이마을>





<바로 만든 순두부>











청주 초정행궁에서 맛본 고품격 한류


청주 청원구 내수읍에는 초정행궁이 있다. 세종대왕이 1444년 눈병을 치료하려고 초정(현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에 행차해 123일간 머물 때 사용된 거처로, 청주시가 2020년 복원했다. 궁중 요리 등을 시식할 수 있는 수라간, 전통 찻

집, 초정약수 체험관, 숙박시설인 한옥 체험관(12실) 등을 갖췄다. 효재 선생은 이 초정행궁에서 전시품을 전시하고 매주 토요일 보자기 체험 행사를 연다. 그러다 보니 청주에서는 선생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 선생의 인기를 눈으로 확인한 건 청주 시내의 한 음식점을 찾았을 때였다. 식사하고 있던 한 중년 여성이 달려와 “20년 전 선생님 이불로 딸 혼수를 해서 보냈다”며 반가워했다. 행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침 선생을 알아본 여성 팬이 반갑게 인사하자 그는 직접 디자인

한 작품을 입어볼 기회를 줬다. 선생은 여성 팬에게 치마를 두르게도 했다가 그것을 머리 위로 써 보게 했다. 치마로도 잘 어울렸고, 장옷으로도 잘 어울렸다. 짧은 순간 선생이 디자인한 옷을 걸쳤던 여성은 마치 사극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줬다. 전주 한옥마을이나 서울 광화문에서 볼 수 있는 국적 없는 한복 물결과 비교하면 한층 고급스럽고 우아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저렴한 한류가 아니라, 고급 한류를 개발할 때가 왔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청주 초정행궁>





<오목 해시계인 앙부일구>






<효재 선생 옷을 입어보는 관람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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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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